오늘 제가 참여한 스타트업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는 매일마다 이루어지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함께 같은 사무실에 있습니다. 한 2주 동안 함께 했는데 팀에 대해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회의는 정말 필요할 때만 해야한다는 겁니다. 아니, 적어도 스타트업에서는요. 제가 아직 많은 사람들과 회의는 몇번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점은 확실합니다. 왠지 한번 쯤 모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회의를 하는 행동이나 날짜를 정해서 꼭 회의를 해야 한다는 등의 규칙등은 팀의 시간과 비용을 포함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결정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니 분명 필요하신 분에게 도움이 될꺼라 믿습니다.
첫 번째로 팀원마다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은 많아 봤자 5-6명입니다. 특히 우리팀은 앱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모두 있습니다. 이 때 회의라는 것은 서로가 생각하던 바를 드러내고 조율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기획자가 이러이러한 생각을 이야기 했을 때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필터링하고 변환해서 받아들이게 되죠. 사람마다 모두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자기가 잘아는 분야도 다릅니다. 그러니 당연히 어느 정도의 생각 차이가 모두들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동기화 작업이 바로 현실에서는 '회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말 몇마디로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이 세상은 달라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동기화 작업이 너무 많아지다보면 작업 진행이 안됩니다.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동기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작업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계속 동기화를 해봤자 일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그럼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죠. 적어도 각자 해야할 일을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동기화를 해야합니다.
두 번째로 회의에서는 리더의 생각이 강하게 주입됩니다. 아무리 '수평화'를 외치면 뭐합니까. 결국 최종 결정은 최고 결정자인 리더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의를 자주 한다고 해봅시다. 또한 디자인을 예로 들어보죠. 회의가 잦아지니 디자이너는 뭔가를 리더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놀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죠. 그럼 디자이너는 자신의 설익은 시안을 계속적으로 리더에게 제출하게 됩니다. 그럼 리더는 맘에 들지 않게 되고 점점 디자인에 자신이 참여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디자인 분야는 리더가 잘할까요, 디자이너가 잘할까요. 적어도 경험이라는 것을 잘한다고 못한다의 기준으로 본다면 당연하게도 디자이너가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리더가 디자인에 깊숙이 참여하게 되면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디자인이 아니라 리더의 디자인에 맞추게 됩니다. 수평화를 위해서 함께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리더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수직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 결과는 딱 리더의 디자인 실력만큼 나오게 됩니다. 그럼 망하는거죠. 리더는 사람을 선택하는 자리이지, 디자인을 선택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리더는 각 분야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둬야합니다.
세 번째로 회의는 즐겁지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리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리더의 존재 자체가 이미 솔직한 대회가 되기는 힘든 것이 보통입니다. 리더가 권위나 지위를 모두 내려놓으면 모를까... 보통 그러기 쉽지 않죠. 게다가 자신의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는 리더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회의를 하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리더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고 마음에 드는 것만 넣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과연 즐거울까요.. 본래 사람은 솔직해지지 않으면 즐거운 마음이 들질 않습니다. 리더의 존재가 부담스럽고 회의에서는 리더를 만나야하니 사람들은 점점 리더의 입맛에 맞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럼 사용자가 아닌 리더의 입장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겠죠. 두번째와 마찬가지입니다. 딱 리더의 생각만큼만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리더는 회의라는 것을 정말 필요할 때만 해야합니다. 일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서 동기화가 필요할 때 혹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팀원 모두가 이 사실을 알아야하고 대처를 하기위해서죠. 이것도 사실 동기화 부분입니다. 리더는 사람을 뽑는 사람이지 각 분야를 자신의 생각대로 통제해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미래에 혹은 현재의 리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하시고 팀을 이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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