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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일

[책] 안네의 일기 리뷰

 



 안네의 일기는 너무도 유명해서 나도 언젠가 들어봤었던 책 이름이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책을 고르려는 경향이 있어서 안네의 일기가 내 손에 잡혔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익숙한 것을 찾는 경향이 있나보다. 너무 일반화 시켰나 :( 

 일기라는 것은 비밀스럽고 진실된 것이고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물론 일기는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안네는 느긋하게 쓸만한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히틀러가 독일을 좌지우지하며 세계를 뒤흔들 때 안네는 고작 10대 중반이었다. 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상황에 적응하는 사람의 힘이란 대단하다.

 독일은 네덜란드를 점령했고 네덜란드에서도 유태인들에 대한 학살이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안네의 가족은 유태인이었고 그들은 결국 오토 프랑크(안네 아빠)의 회사 건물의 숨겨진 공간에서 약 2년동안 살아야 했다. 게슈타포라고 불리는 독일 나치 비밀 국가 경찰은 그들에게 악마보다 무서운 존재였고 그들이 다른 유태인들을 잡아가는 것을 방안 창문을 통해 보면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사실 나에게는 그런 상황이 쉽사리 상상되지 않는다. 국가가 나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닌다니. 나라면 ...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런 절박한 상황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살아간 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줄거리보다도 안네의 시선으로 본 사람들과의 관계 부분이다. 


1. 페터와의 관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페터와의 관계다. 일기의 초기에 안네는 페터에 대해서 정말 매력 없고 철부지로 표현한다. 그러다 안네가 너무도 힘들고 괴로워할 때 안네는 페터를 가지고 싶어했다. 이 때쯤 안네의 눈에는 콩깍쥐가 씌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페터에 대한 욕망에 대해서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기시작했다. 사춘기 소녀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부분까지 읽었을때, 안네가 페터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안네는 어리고 뒤채의 생활은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에 기댈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페터에 대한 감정이 돌연 식어버린 것이다. 안네는 어째서 페터에 대한 감정을 잃어버린 것일까. 짐짓 예상하기에 페터가 자꾸만 안네에게 의지하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페터는 더욱 안네에게 애정표현을 원했고 같이 있길 원했고 자꾸만 안네를 칭찬하면서 자신을 낮췄다. 아마도 안네에게는 자신이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뒤채의 외롭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그렇게 페터를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 타이밍도 공교롭게도 안네의 내면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여자는 자신이 기대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는 점이다. 음.. 너무 일반화시킨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약한 남자는 별로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남자라서 여자에게 기대지 말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은 언제나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야 하니까. 하지만 너무 기댄다면 반대쪽에서 기대는 사람은 결국 똑바로 설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너무 기대는 쪽은 넘어지게 된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되 그 사람도 기댈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해 줘야한다. 너무 집착하고 기대려고 하면 사람은 떠나가나보다. 


2. 뒤채 사람들간의 관계

 또 다른 흥미로운 점으로 뒤채 사람들간의 관계를 볼 수 있겠다. 반 단 부부, 치과의사 뒤셀 그리고 어머니까지. 안네는 방금 언급된 모든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안네는 그들에 대해서 천박하고 야비하다고 험담을 늘어놓았다. 안네의 말만 들으면 반 단 아주머니는 정말 철부지이고 뒤셀은 옹졸한 인간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엉망인 이유가 꼭 그들 탓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쩌면 안네가 어렸고 사람과의 관계에 서툴렀던 것이 아닐까. 사실 안네도 일기의 후반부에서 어머니에 대해서 매몰차게 대했던 것을 후회하는 말들을 한다. 후회는 안네의 내면이 성장하고 나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 후회되는 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내면이 성장했고 그 때는 어렸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과 동일하지 않을까. 

 그렇게 사람들과 마찰을 겪어가면서 안네는 너무도 괴로워하고 외로워했다. 이 때 안네는 베개를 눈물로 적시고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으로 생활한다. 이런 과정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이런 괴로움을 겪으면서 안네가 조금씩 성장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통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지금에서야 말하건데 고통은 변화의 시작이다.


3. 안네의 내면의 성장

 마지막으로 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느낀 내면의 성장이 흥미롭다. 일기의 초반부와 후반부는 극명하게 그 깊이 차이가 드러난다. 초반에는 철부지 소녀가 다른 사람들을 험담하고 주변 상황에 불평하는 글들로 가득했다면 후반부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글들로 빼곡하다. 특히나 안네가 게슈타포에게 끌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일기는 내면 성찰의 극치를 보여줬다. 

 나는 책을 보게 되면 어떻게든 내면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네의 경우를 보면 안네는 책을 너무도 사랑한 아이였으나 일기 초반에 그녀의 글을 보면 아직 어리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안네가 일기를 써가며 자신과의 대화가 늘어날 수록 그녀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책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책은 매개체일 뿐이었다. 결국 사람의 내면이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얼마나 했는가에 달려있다. 

 물론 책은 자기성찰을 위한 훌륭한 도구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그냥 쓩 하고 잊어버리면 성찰의 기회마저 쓩하고 날라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나 느낀 것을 담담히 자신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일기라는 두번째 매개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자신이 있음은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서 점점 성숙해져간다. 책과 일기는 내면 성찰을 위한 최고의 도구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문화를 접하면서 많은 대화 소재를 찾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영화나 노래 가사, 웹툰 따위도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사람이 문화 생활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유가 될법하다.

 안네가 안타깝게 죽었다는 사실이나 독일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한 작품이라는 말은 솔직히 내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한 소녀의 내면의 성장과정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진실된 마음이 느껴진 것은 확실하다. 안네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왔다면 훌륭한 여작가가 되었을 법하다. 그녀가 새로운 삶을 통해 못다이룬 꿈을 다시 한번 꾸고 있기를 바란다.



결론

1. 여자는 약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2. 고통은 변화의 시작이다.
3. 책은 자기 성찰을 위한 도구일 뿐, 마냥 읽는다고 내면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4. 일기는 자기 성찰을 위한 훌륭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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